VIDEO/MOVIE2011. 8. 13. 01:32
고지전
감독 장훈 (2011 / 한국)
출연 신하균,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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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10)




저녁 먹고 있는데 걸려온 엄마의 전화 한 통으로 우리 가족의 휴가는 바닷가에서 영화& 냉면으로 정해졌다(어머니가 감기에 걸리셔서 ㅠㅠ 쿨럭ㅠ) 어머니는 3d로 7광구를 보고 싶어하셨지만 내가 워낙 그런 류의 영화를 싫어하는 경향도 있고 평점이 너무 안 좋길래 고지전을 예매했다. C열에 앉아서 목이 좀 아픈 경향이 있었지만 나름 괜찮았다.
사실 좀 뻔한 스토리와 감동이었지만 분명히 감동은 있었다. 예전 엄마 아빠 시대 때만 해도 북괴군 이런 식으로 북한을 말해서 북한에 대한 악감정을 많이 강조했었는데 요즘은 6.25에서 민중들은 이념사이에서 희생된 존재로 보는 측면이 강했다. 민중들은 밥준다고 해서 공산당이 된건데 그런 사람들은 이해해야 하지 않겠나라는 생각이 뿌리 박힌 것 같다. 대부분의 한국사람 모두(심지어 군인들까지도)가 아무 것도 모른 채 이념에 희생됬다고 보는 게 옳은 것이다. 맨 마지막 전투에서 인민군과 국군 모두 싸우기 싫어하는 것이 많이 느껴졌지만 그들은 어쩔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를 보면서 서로 합의하면 안 싸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계속 어떻게 해야 안 싸울까라고 생각해봤다. 중대장들끼리 합의를 볼 수도 있을 것 같지만 그러면 미공군들이 보니까 안 될 것 같고 아예 싸우는 척하고 죽이지는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했지만 부상자가 안 나오는 것도 이상하고..... 결국 그들은 군대에 있고 군대는 상관에게 복종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싸우는 것을 피할 순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각 인물별로 보면 우선 영화를 이끌어 가는 사람은 은표라고 할 수 있다.

은표는 사실 이 영화에서 하는 일이 없지만 이 영화의 흐름을 이끌어 간다. 이 영화가 악어중대로 포커스가 옮겨가는 것도 은표가 말실수를 해 악어중대로 약간 귀양 비슷하게 임무를 받아서 가기 때문이다. 은표와 수혁이가 헤어지기 전에는 수혁이보다 은표가 강했지만 악어중대에서 다시 만났을 때는 수혁이가 더 강한 면모를 보이고 더 냉혈해져 있었다. 은표는 수혁이와 악어중대의 몇몇 사람들이 북한군들과 교환하는 술을 마시고 편지를 발견했을 때는 차가운 모습을 보이지만 자신과 같이 발령받은 남성식이 죽고 악어중대 사람들이 남성식을 미끼로 써서 2초를 잡으려고 할 때는 어떻게 그럴 수 있냐며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수혁이 죽을 때에도 동정심을 가지며 진심으로 안타까워 한다. 사실 은표가 있었던 곳은 전방이 아닌 후방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전방의 상황을 모르고 지시만 내리고 상관에게는 무조건 복종하고... 약간은 실전은 모르는 지식인 같은 느낌이 강하다는 생각이 든다. 해야할 일은 해야하지만 실질적으로 마음은 무지 여린 사람인 것 같다. 처음에 악어중대에 배치되었을 때에도 북한군과 내통하는 사람이 너네 중대가 있는 것 같다고 수혁에게 말하는 것도 난 좀 맘에 안 들었다. 실제로도 수혁이 북한군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었지만 당연히 어떤 사람이 북한군과 내통하고 있을 지 모르니 조심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ㅠㅠㅠ 너무 친구를 믿은 것 같다. 은표는 어떻게 보면 관람객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영화를 끌고는 가지만 어떤 일들 하나하나를 일으키는 것은 없다. 단지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카메라가 따라가서 그 장면들을 영화에 담아 올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해줄뿐. 그리고 관객처럼 악어중대에서 일어나는 일을 보고 궁금한 것을 조금 해소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개인적으로 신하균을 좋아해서 완전 집중해서 봤던 것 같다.
악어중대의 임시중대장인 신일영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우선 신일영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임시 중대장의 자리에 있음으로 은표와 더불어 관객들에게 의문점을 주는 인물이다. 신일영은 포항에서 악어중대가 싸울 때 한 소대를 아예 희생시킴으로 다른 소대들을 살렸다. 사실 자신이 죽기 싫었기 때문에 한 소대가 타려고 했을 때 기관총을 쐈을 것이다. 하지만 살아나오기 힘들었던 포항전투에서 중대원들을 이끌고 탈출에 성공했다는 명분으로 중대장이 되었다. 그리고 나서는 자신도 감당하기 어려웠던지 계속 모르핀과 스테로이드를 맞으며 약물에 의존해 살고 있었다.


어떻게보면 일영과 수혁은 실전을 잘 아는 사람으로써 은표와 중대장이 새로 와서 나름 서울에서 왔다고 이렇게 저렇게 하라고 하는 것을 보고 맘에 안 들었을 것이다. 누가 있던 실질적인 대장은 수혁과 일영이었던 것이다. 결국 포항에서 자신들을 살린 것은 두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그들의 행동에 공감하고 객관적으로 보면 그게 다 맞는 행동인 것이다. 실제 상황을 반영한 최선의 선택들만을 그들이 하고 있는 것이다. 상관이 실제 상황에는 맞지도 않는 계획을 세워 맘에 안 들면 죽이고 포항에서도 조금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살 수 있도록 소수를 희생시키는 것이 크게 봤을 때는 옳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내가 그 희생된 한 사람 한 사람과 관련이 있다면 다수를 위해 소수가 희생될 수 는 없는 것이다. 개인 개인은 모두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에..... 이런 맥락에서 일영도 전쟁의 피해자인 것이다. 다수를 위해 소수를 희생시키는 시스템은 자신이 만든 것이지만 결국 일영은 희생된 사람들 모두와 관련이 있었다. 그러므로 희생시킬 때마다 힘들었던 것이다.  모르핀은 신체적 고통을 잊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그런 상황들을 모두 잊기 위해 맞는 것이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수혁은 전쟁이 시작될 때쯤 은표와 헤어지기 전엔 나약하고 여린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차가워졌고 자신이 살기 위해 남을 죽이는 짓도 서슴없이 한다. 또한 필요하다면 상관도 죽이고 북한군과도 꺼림낌없이 접선한다. 수혁은 인민군에게 편지를 받다가 차태경의 여동생을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나중에 싸우다가 보니 차태경의 여동생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차태경이었고 그 사람이 악어중대가 그렇게 찾고 싶어했던 인민군의 명사수였다. 나는 좀 공감이 되지 않았던 것이 아무리 자신이 반한 여자라지만 사진을 보고 좋았던 것이고 좋아햇던 기간이 길었던 것도 아니고 말도 한 번 안 해봤을 텐데 그렇게 찾아헤매던 2초(인민군의 명사수)를 안 쏘고 멍하니 바라만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 안 쏘면 자신이 죽을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단지 차태경이 여자라는 것과 자신이 좋아하던 사람이 차태경이라 당황해서 그런건가? 나는 계속 이해가 되지 않았다.

차태경은 이 영화에서 일어난 일을 다 알지 못한다. 그녀는 그녀의 위치에서 자신의 일을 다 한 것 뿐이다. 수혁이 자신을 좋아했던 것도 편지를 주고 받던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그냥 가족이 보고 싶었기 때문에 국군에게 편지를 부탁한 것이고 국군은 인민군의 적이라 죽여야 하니까 죽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김옥빈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꽤 있지만 참 연기를 잘 한 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약간은 순진하면서도 시키니까 하는 그런 인민군 소녀를 잘 표현해냈다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으로 뭔가 빵터지는 그런 건 없었지만 잔잔하게 생각할 거리가 참 많은 영화였던 것 같다. 그리고 연기자들이 모두 내공이 탄탄해서 감정 이입이 잘 되었던 것 같다. 맨 마지막에 인민군 중대장과 은표가 만났을 때 은표가 인민군 중대장에게 왜 싸우냐고 물어본다. 그런데 인민군 중대장이 잊어버렸다고 한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전쟁이 너무 길었구나..... 본질은 없어진 지 오래고 의미 없는 싸움들만 하는구나... 근데 여기서 말단 군인들과 힘 없는 민간인들만 희생되는 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전쟁은 목적이 있으니 일어나겠지만 결국 끝에 가서는 본질은 없어지고 의미 없는 싸움들만 게속 될 뿐이다. 영화 보면서 강력하게 들었던 생각은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전쟁이든 말이다. 물론 자신의 이익도 중요하지만 그 것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볼 수도 있었다. 그 눈 앞의 내 이익도 중요하지만 그 이익을 위해서 다른 사람들은 더 큰 것을 내놓아야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영화에서도 그냥 그 조금의 영토 포기 하고 자국민들을 더 챙겼으면 좋지 않았나 싶다. 하지만 전쟁은 살인이 허용되는 특수상황이고...... 항상 옛날 영화를 보면 나는 저 시대에 있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많이 생각해보게 되는데 결국 내가 죽지 않기 위해 나는 총을 쏘고 내가 위에 있다면 남한or 북한 전체를 위한다고 하고 땅을 어떻게든 더 늘리려고 했을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휴전 몇 일 남겨 놓고 죽은 사람들이다. 좀만 기다리면 전쟁이 끝나는데.... 좀만 늦게 죽지.... 하지만 인생은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니 아쉬울 뿐이다. 우리는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나라에 사는 것이다. 그 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조금은 더 열심히 살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 새로운 영화배우를 찾았다. 악어중대의 임시중대장 신일영 역의 이제훈이다. +_+
완전 베이비페이스의 귀요미이지만 무려 나이는 28이라는 것 .....
Posted by XDii